Willmann-Bell의 책들과 Sky & Telescope

잡담
작성자
김 정현 (sllabinc)
작성일
2023-02-05 16:10
조회
20982

관측천문학에 심취하다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Willmann-bell의 책들을 구입하게 됩니다.

예를들어 망원경광학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Telescope Optics같은 책이 Willmann-bell에서 나온 책입니다. (고 이만성님께서 한국어로 번역하셨던 책이죠.)

그리고 또 하나의 명서가 바로 Uranometria 성도입니다.

저도 꽤 많이 구매를 해서 충분히 서른 권을 넘길 것 같은데, Willmann-bell의 홈페이지가 2020년 즈음부터 막혔었습니다.

일하느라 바빠서 별 생각이 없이 살다, 몇 해 전부터 너무나 읽고 싶은 책이 하나 있었는데 구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Willmann-bell에서 40달러 정도인 책이 아마존 같은데서 300달러가 넘게 올라오다 보니 그 돈 주고 차마 사기는 억울하고, 인도에서 판다는 사람도 있던데, 막상 연락해보니 팔렸다고 하고, PDF판도 아무리 뒤져도 없더군요.

Willmann-bell은 1973년부터 천문학 서적을 출판했고, 관측과 망원경 제작 그리고 광학 설계에 대한 보석 같은 책들을 출판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의 대부분 역시도 Willmann-bell의 책을 통해 얻은 것이 많았습니다.

사장인 Perry Remaklus는 2020년에 이미 80세였고 (지금도 건강하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은퇴를 할 나이였으니 사업을 정리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됐습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2021년 American Astronomical Society (AAS)에서 Willmann-Bell, Inc.을 인수했다는 것입니다.

재고로 남아있던 책이 22톤이었다고 합니다. Willmann-Bell 책이 무거운 것이 많긴 하지만(Bright Star Atlas같은 가벼운 것도 있으니..) 한 권 당 900g을 잡으면 24,444권 정도 됩니다.

그런데,

저는 처음에는 Sky & Telescope에서 Willmann-Bell을 인수한 줄 알았는데, 조금 더 뒤져보니 Sky & Telescope도 정상인 상태가 아니었더군요.

1941년 시작된 Sky & Telescope는 Sky Publishing Corporation이라는 회사로 성장해서 잘 나가다가 2005년 사모펀드를 통해 New Track Media라는 그룹으로 넘어갔는데, New Track Media는 2014년 다시 F+W Publications라는 회사로 넘어갑니다.

돌이켜보면, 저 즈음에 잡지가 갑자기 안 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홈페이지 시스템도 갑자기 뒤집어져서 아이디가 사라지거나, 빠진 잡지 내놓으라고 그들에게 연락을 하면 네가 너임을 증명해라... 뭐 이런 소리를 하더군요. 그래서 제 콜렉션에서 저 즈음의 책들이 없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런데 저 F+W가 2017년부터 다시 흔들리다가 2019년 파산을 합니다. 그 시점에서 아주 다행스럽게도 AAS가 Sky & Telescope를 인수하게 됩니다.

천문학, 특히 아마추어 천문학이란 분야가 미국에서 조차도 사업을 영위하기 쉽지 않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마 AAS가 아마추어 천문학 기반의 학회였다면 Sky & Telescope를 인수하거나 Willmann-Bell을 인수하진 못했을 것입니다. (AAS의 임원 중 아마추어에 뿌리를 둔 천문학자들이 강력하게 주장을 했겠죠.)

이제, 운영해줘서 고마워.. 이런 상황이 된거죠.

한국에서도 이전 세대들의 유산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저의 경우, 어떤 동호회나 한국 아마추어 천문학회를 통해서 천문학을 접한 경우가 아니라 그 분들과 직접적인 접점이 없어서 나서기도 좀 민망하더군요.

예를 들어 이만성 선생님이라면 이 부분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살아 계시면 물어볼텐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분이 완성하지 못한 망원경을 마무리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어서 개인적으로는 기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제가 소장하게 된 선두과학사의 김한철 할아버지의 유품이나, 박승철씨가 남긴 메모 등을 보면 우리도 뭔가 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희가 운영하는 조경철 천문대에 조경철박사의 아카이브가 있긴 한데, 그런식으로 천문대를 하나 건립해서 운영하면 더 좋은 모양이 될 것 같네요.

두서가 많이 없습니다만, AAS에서 Willmann-Bell과 Sky & Telescope를 인수해서, Willmann-Bell의 책들을 Sky at Shop에서 판매하고 있으니 필요하신 분들은 빨리 주문하세요.

제가 주문하니깐 바로 절판되기도 하더군요.

현재 보면, 제가 2002년 즈음에 산 "Introduction to Lens Design" 책은 얼마 전에는 절대 못 구하던 책이었으나 이제는 다시 새 책으로 살 수 있습니다.

"Star Testing" 이 책도 바이블입니다. "Telescope Optics"는 지금은 절판 상태입니다만 며칠을 거쳐 살펴보니 판매 가능-불가가 왔다갔다 하더군요. 망원경 광학의 구약에 해당되는 책이니 필독 해볼 책입니다.

책을 구한 기쁨에.. 이런 저런 내용을 남겨봅니다!

전체 4

  • 2023-02-05 17:28

    미국에서의 천문관련 사업도 이런저런 부침이 있었나 보군요. Sky & Telescope는 오래 전에 정기구독을 몇 년 하긴 했지만 잘 읽게 되지도 않고 결국 짐만 한 가득이더라구요. 90년대 중후반 국내에는 마땅히 참고할만한 책이 없어서 미국에서 꽤나 많은 책들을 구입해 읽어보기도 하고 했습니다만... 결국 이사하면서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천문관련 서적들을 대부분 정리했습니다. 이제는 노안이 오다 보니 종이 서적보다는 PDF 판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과거의 절판된 명서들은 PDF판으로 만들면 큰 투자 없이도 출판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2023-02-05 22:43

      PDF 책은 출판사나 저작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적이 아닐까요? ㅎ
      설계나 발표 등을 하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다 보면 S&T 몇 년 몇 월 호에 그 기사가 있다.. 이런 내용을 보고 바로 책꽂이에서 집어낼 수 있는 것이 잡지를 수집하는 맛 같습니다.
      물론 말씀하신대로, 이사할 때 마다 곤욕을 치루곤 하죠..


    • 2023-02-06 09:38

      구독하다가, 책들이 몇번 빠져서 취소를 했었는데, 저런 부침이 있었네요.
      정기구독을 해야, 그나마 S&T 같은 잡지가 유지를 할 수 있겠네요. PDF 의 마법에 기대고 있었는데, 신청을 해야겠네요.


      • 2023-02-07 21:44

        예전엔 흔했지만 지금은 사라진 취미가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잘못하면 안시관측 같은 것이 그렇게 되기 딱 좋을 듯 합니다.
        S&T나, 천문가이드나 해가 갈수록 얇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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